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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 갈라파고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작은 아이 학교에서 따라갔던 계룡문고(이동선대표, 책 읽어주는 아빠).
전에 쓰레기산 아이들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제목처럼 궁금했다.

앞표지
뒷표지

<서문-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굶어 죽는 방식은 동일한 반면 비극적인 종말로 이끄는 상황은 무수히 많다.
숨-3분, 물-3일, 음식-3주. 그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급속도로 쇠약해진다.
우선 비축된 당분이 바닥나고, 이어 지방마저 소진된다. 면역체계도 무너진다. 설사로 인한 고통이 가속화되며, 구강 기생충들과 호흡기 염증이 끔찍한 고통을 야기한다. 이제 근육도 파괴되기 시작한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작은 짐승들처럼 먼지 구덩이 속에 몸을 웅크린다. 힘이 다 빠져버린 아이들의 팔은 맥없이 축 늘어진다. 아이들의 얼굴이 노인의 얼굴을 닮아간다. 그러다가 아이들은 죽음을 맞는다.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아닥스 바이오에너지는 최빈국 시에라리온에서 2만 핵타르의 땅을 매입했다. 바이오에탄올 제조에 쓰이는 사탕수수를 심을 예정이다. 세계은행, 유럽투자은행, 아프리카개발은행이 투자하며 그들은 그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산자들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사악한 논리를 편다. 아프리카 농부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만성실업, 질병, 아동성매매가 판치는 프리타운 빈민가로 쫓겨난다. 너그러움도 과시한다. 일당 1만 레온(1.8유로)의 제한적 일자리.

세계의 22억명이 극도의 빈곤상태이다. 1.25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버텨야 한다. 그러나 2011년에 주식(쌀, 옥수수, 밀)이 폭등했다. 이유는 1)농업연료와 2)투기이다.
1) 2010년 미국의 식량농업 트러스트(독점적 대기업)들은 옥수수 1억4,200만 톤(수확량의 1/3)을 불태웠다.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바이오에탄올 자동차는 평균 50리터 탱크가 있다. 옥수수 358kg을 태워야 가득 채울 수 있으며, 그 양은 잠비아나 멕시코 어린이 한 명을 1년 동안 배불리 먹일 수 있다.
2) 2008년 금융위기 탓에 수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대규모 투기세력(은행과 헤지펀드)은 증권거래소를 떠나 농업 원자재 거래소로 몰려들었다. 가장 큰 시카고 거래소. 합법적인 수단(선물거래 계약 등)으로 전 세계 포식자들은 주식(쌀, 옥수수, 밀, 콩, 완두 등)을 투기 대상으로 삼아 천문학적 이득을 얻는다. 그리고는 어린아이들은 살해된다. 더구나 유럽 강대국들은 국제식량 원조를 위한 기부금을 대폭 삭감했다.

이 책에 나오는 나라들

Contents



<기아는 자연도태?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운명?>

식량은 충분한데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 지구는 현재보다 2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다.
서구의 자연도태설이 있다. 기근이 인구밀도를 적당히 조절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럽적, 백인우월주의적 정당화이며 부자들과 권력자들의 논리다. 굶어죽는 아이 엄마한테 '자연이 고안해 낸 지혜'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 엉터리 개념은 18세기말 영국 국교회 '토머스 맬서스'라는 성직자가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책은 출판되자마자 유럽의 지배층에 널리 읽혔고 산업화 초기에 기업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며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이다.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다?>

전세계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다.
스위스는 전통적인 낙농법에 따라 소들이 목초지에서 풀을 뜯지만, 미국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으로 길러진다. 그래서 소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연간 50만 톤에 달한다. '피드 롯'이란 거대 시실은 자동으로 곡물사료가 주어지고 소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피드 롯의 절반에서 연간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이, 옥수수가 주식이면서 만성 기아에 허덕이는 잠비아의 연간 필요량보다 더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세계시장의 식량 가격이 종종 인위적으로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시카고 곡물거래소, 앙드레 S.A.(스위스), 컨티넨털 그레인(미국), 카길 인터네셔널(미국), 루이 드레퓌스(프랑스).
가격은 곡물 메이저회사와 그 밑의 투기꾼들의 조작을 통해서도 결정된다. 덤핑 방출 또는 사재기로.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다. 그들은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나라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식량을 가장 쓸모없게 만드는 남자>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하거나, 농산물 생산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생산자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한다는 것이 이유다. 예를들면 얼룩소의 착유량을 제한해 초과하면 벌금을 물린다.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도 마찬가지다.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200만 마리의 건강한 동물들의 대량 도살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연합 농업담당 '프란츠 피슐러'는 육류소비가 10~12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2001년 말 과잉 생산이 80만~1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은 식량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반면에 남반구에서는 식량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국민을 살려야 한다는 나름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교사들은 대개 참여적인 사람들이라서 제3세계의 기아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을텐데 기아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일은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사람들은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기아에 맞서는 싸우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다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FAO의 보고서를 읽고 싶으면 다음 주소로 편지를 쓰면 된다.
이탈리아 / Tel: 003906/57051 / Fax: 003906/57053152 / http://www.fao.org
물론 FAO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조직이다. 이 기구는 191개국이 가입되어 있고 선진국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기아의 실태를 조금은 덜 심각하게 보거나 약간의 낙관주의적인 자료를 공표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규모 지원국은 민주주의고 여론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으면 FAO에 지원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로 여겨져 부유한 나라들이 좀처럼 큰 금액을 지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1974년에 '10년 후가 되면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고픈 배를 부여잡고 잠자리에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언으로 보고서를 냈는데 굶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했다.


<무기로 변한 기아>

밀로셰비치 대통령(세르비아)은 사라예보(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수도)를 복종시키려고 시가지를 완전봉쇄했다.
테일러 대통령(라이베리아)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었지만 내전동안 수천명의 적대세력을 포위한 채 굶어 죽게했다.
하산투라비 이슬람지도자(수단 하르툼)는 농민이나 유목민에게 지급하는 구호단체의 비행기를 포격했다.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

1970년 칠레에서 인민전선 동맹이 15세이하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 우유를 무상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후보인 아옌데가 당선되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이라서 유아기 비타민 및 단백질, 건강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스위스 기업인 네슬레는 이 지역 우유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아옌데는 네슬레와 원활한 관계가 필요했으면서도 공짜로 달라고 하지않고 제값을 주고 사려고 했다.
하지만 네슬레는 칠레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다. 미국의 닉슨대통령과 보좌관 헨리 키신저가 아예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을 꺼려했고 칠레의 자립성을 높이고 국내적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개혁정책이 추진되면, 미국기업이 누렸던 특권들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옌데의 공약은 수포로 돌아가고 개혁정책은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 1973년 미국 CIA는 피노체트 군사구데타를 도왔다. 아옌데와 그의 동지들은 대통령궁인 모네다궁에서 저항했고 라디어로 대국민 연설을 한 후 30분만에 살해되었다.

천박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만 못하다.
연민의 자본주의(Capitalism with Compassion)가 기업인들에게, 정치인들에게, 우리에게 절실하다.